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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의 변주 : '싸나이'에서 뉴노멀로
날짜
2026-04-15 14: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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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남성성의 변주 : '싸나이'에서 뉴노멀로. 글.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 박민주 교수

"이 안에 너 있다." 최근 북한 드라마에는 연인에게 가슴을 두드리며 사랑을 고백하거나, 아내 대신 밥상을 차려오는 남성 간부가 등장합니다. 당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며 감정을 숨기던 과거의 1등 전사, 이른바 전형적인 싸나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장'의 역할도 바뀌었다. 1990년대 중반 배급제가 중단된 이후로 노동신문 등에서 아내를 돕는 남성의 모습이 미덕으로 그려졌고, 상황적으로도 시장 환경이 척박해지면서 여성 혼자 장사하기 힘들기 때문에 협업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가부장제 대신 '협업'과 '좋은 아빠'. 북한이탈주민 인터뷰에 따르면, 최근 북한 청년 세대 대다수는 남성이 집안을 이끈다는 가부장적 사고보다는 남녀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녀 양육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좋은 아빠 되기에 힘씁니다. 아버지 세대와 비교하면, 이들에게도 고전적인 '싸나이' 면모는 상당 부분 악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한 분단, 치열한 삶, 따로 또 같이 변주되는 한반도의 남성성. 장기간의 분단 체제는 한반도 곳곳에서 이념에 충실한 국민, 언제든 희생이 각오된 가한 군인, 경쟁에서 승리하는 노동자, 강력한 가장권을 지닌 "싸나이"를 남성 모델ㄹ ㅗ구성해왔습니다. 그러나 남북한의 남성들은 시대 변화를  통해, 또 선배 세대를 통해 얻은 교훈에 기반해서 새로운 남성상을 구현해나가고 있습니다.

피로사회, 싸나이가 아닌 뉴노멀을 택하는 남성들. 남북한의 남성들은 급변하는 피로사회에서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처럼 사는 일이 시의적으로 적합하지 않고 또 행복하지도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다른 세계를 살고 있지만 이제 한반도의 남성들은 자기가 사는 남북 사회 곳곳에서 이념보다 실리를, 체면보다 친밀성을, 소외되기보다 어울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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